ART DATABASE · DAILY REPORT
먼저 김영희 선생의 부고 앞에 잠시 마음을 모읍니다. 그 애도의 여운 속에서도 어제의 지면은 거장을 다시 불러내는 손길로 채워졌는데, 대전시립미술관이 이중섭과 청년 작가의 화폭을 한자리에 모아 세 전시를 나란히 열었고, 한지를 겹겹이 쌓아 세계의 눈을 사로잡은 전광영의 조형과 색유에 담긴 권순형의 육십여 년 도예가 함께 조명을 받았습니다. 실경을 품은 하철경의 산하와 내면을 색으로 풀어낸 젊은 붓길, 그리고 추상 속 인간의 자취를 더듬는 화면이 채색과 단색의 오랜 계보 곁에서 나란히 숨을 골랐습니다. 시장의 온도는 디자인마이애미 서울이 DDP에 자리를 펴고 소장 문화의 스무 해를 되짚는 이야기로 전해졌으며, 미술서비스업 신고제를 둘러싼 준비의 진통과 베네치아 비엔날레 지원금을 거둔 유럽의 결정, 수원에 당도한 패트리샤 피치니니의 개인전이 제도와 국제화의 여러 결을 한자리에서 보여 주었습니다. 거장의 이름과 신진의 붓끝이 같은 지면에서 어깨를 겯는 하루가 저는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떠난 이를 기리는 자리와 새 길을 여는 자리가 이토록 나란할 때, 미술이 결국 시간을 잇는 일임을 다시 실감하게 됩니다. 오늘 이 아카이브를 찾아 주신 걸음에 그 잔잔한 이음의 온기가 함께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