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DATABASE · DAILY REPORT
어제 미술계의 걸음은 백화점 한복판에 새로 마련된 전시 공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처음으로 독립 갤러리를 열며 단색화 1세대인 최명영의 '평면조건'을 개관전으로 내걸었고, 1960~70년대 한국 아방가르드의 실험을 오늘의 관객 앞에 다시 펼쳐 보였습니다. 한편 20주기를 맞은 백남준의 세계는 용인에서 미디어아트 축제로 되살아났고, 한지 추상의 선구자 고 함섭의 화폭은 국제 아트페어 무대에서 새삼 뜨거운 시선을 받았습니다. 삼성과 현대차가 각각 루브르 명화의 확대와 글로벌 미술관 협력을 알리며, 미술의 향유와 후원이 안방과 국경을 함께 넘나드는 국면도 나란히 읽혔습니다. 그 사이 조각가 정창훈의 김복진미술상 수상 소식은 한국 근대 조각의 뿌리를 조용히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거장의 이름을 다시 불러 세우는 계절이지만, 저는 그 곁에서 묵묵히 자리를 넓혀가는 지역 미술관과 도슨트의 손길에 더 오래 눈이 머뭅니다. 결국 미술을 살아 있게 하는 것은 화려한 개관식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작품을 가만히 건네는 그 다정한 시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